벌써 2024년이다.
작년 2023년 4월, 32세까지 7년간 해오던 영상제작 일을 그만두고 개발자의 길에 들어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현재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기도 어려운 작은 중소기업에서 웹 개발자로 일한 지 7일차다.
지난 취준 시즌을 돌이켜보게 보자. 32세, 비전공, 국비지원 5개월을 마친 나는 내가 봐도 경쟁력 없는 인재였을 것이다. 개발 문화도 좋고 성장하기에 좋은 건실한 기업에서의 기회를 바랐지만 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거의 없었다.
중소기업 개발자 1명을 뽑아도 500명이 지원을 하는 최근의 처참한 현실을 보고 있자면 위험한 유혹에 빠진다. '요즘 경기가 어려우니까 취직할 수가 없다.', '대기업, 중견기업 신입만 봐도 중고신입에 밀려서 진짜 신입은 설 자리가 없다.', '개발자 부트캠프 붐이 왜 일어나가지고 수요가 너무 많아져 버려서 이거 뭘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등 내가 어쩔 수 없는 팩트를 가져와 내가 처한 처지에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주는 유혹이다. 이런 순간마다 항상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게 도와준 말이 있다.
'그래서 뭐 어쩔건데.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 하자.'
그렇게 작년 9월말 대기업 공채시즌 자소서부터 시작해서, 경쟁력있는 스타트업 기업, 결국 남들과 비슷하게 이름도 모르는 회사까지 다 지원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매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공부나 취업준비에 관련된 모든 것에 최선을 다 하며 멘탈을 치열하게 지켜가며 지냈다.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이러이러하게 전략적으로 해볼걸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 당시에 내 식견에서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객관적으로 최고의 선택은 못 했을 지언정 내 기준 최선을 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일자리가 아쉽게도 내가 꿈꾸고 그리던 직장은 아니었다.
합격 당시에 부모님에게 자랑하고, 합격소식과 함께 방방뛸 정도의 짜릿함은 없었다. 다른 일자리를 위해 다시 취준을 좀 더 해볼 수도 있었지만, 내게 주어진 기회에 충실해보기로 했다. 내가 이 정도 수준일 걸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걸 판단할 기준도 없을 정도로 무지했고, 내가 아는 것보다 배울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또한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이 곳에서도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고, 추가로 욕심내서 공부할 수 있는 것에 열심히 해야한다.
퇴근하고 5시간 특강 한 번 듣는 것보다 매일 1시간씩 공부하는게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쉬워보이면서도 어려운 것을 해냈을 때 나에게 주는 이로움을 알고 있다. 다시 한번 과거 나에게 자신감과 크고 작은 성공을 안겨주었던 경험과 삶의 자세를 토대로 다시 시작해보자.
먼 훗날 오늘의 일기를 보며 나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기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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